시인은 한 편의 시로 말하고,
사진 작가는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며, 화가는 한 장의 그림으로 생각하는 바를 나타낸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그린 것을 그림이라고 하고,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판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화가, 작가, 시인 등의 고상한 명칭보다 소리꾼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꾼'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꾼은 전문가의 또 다른 표현이다.
꾼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전문가 다운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싸움꾼은 싸움을 잘 해야 하고, 노름꾼은 노름을 잘 해야 하며,
춤꾼은 춤을 잘 추어야 한다.
가끔 전문가가 사기를 당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전문가를 사기치는 사기꾼은 전문가 보다 더 전문성이 있어야 사기를 칠 수 있다.
판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소리꾼이라고 하지 않는다.
소리를 잘 했을 때 비로소 소리꾼이라고 불러준다.
시인은 시로 말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며, 소리꾼은 소리로 말한다.
사람들은 아직 나를 소리꾼으로 불러주지 않는다.
소리꾼이라고 불러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일 게다.
사람들이 나를 언제나 소리꾼으로 불러줄까.
국민 모두가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꾼이 된다면 세게에서 우뚝 서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어느 한 분야에 전문성이 있을까.
나는 어떤 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