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순천시장(사진,무소속)은 '전봇대를 뽑은 그 남자'로 유명하다.
순천만 흑두루미가 전봇대 전기줄에 걸려 폐사하자 인근 전봇대 282 개를 뽑아 버린 일화는 전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정도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지난 2009년의 일이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이 일은 이후 순천만이 세계적인 습지 명소로 부상하면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2013년) 개최와 제 1호 국가정원(2015년) 지정, 호남 3대 도시 등극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생태수도 순천' 이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노관규 시장은 지난해 말 전국 공무원이 뽑은 '올해의 지방자치 CEO'로 선정됐다.
노 시장은 "그 당시 내 판단이 맞았다"면서 "생태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노 시장이 또 하나 큰 일을 냈다.
다들 '불가능'으로 알았던 '경전선 전철 순천도심 우회'를 끝내 관철해 낸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 순천시민들의 극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전선 전철 도심 통과가 기정 사실화 되는 듯 했다.
전남도 조차도 '도심 우회'로 철도안이 변경될 경우, 사업기간 지체와 추가 예산 투입 등의 문제로 인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사업 조기 추진' 쪽으로 방향을 잡기도 했다.
그러나 노 시장은 민선 8기 시장 취임과 함께 이를 최대 지역이슈로 설정, 전남도 설득부터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남도의 이견에 설전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노 시장은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은 채,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대통령실과 국토부장관,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대통령의 결단을 읍소 하다시피 했다.
드디어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 16일 순천을 방문, 남정동 기차 건널목 현장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전선 도심 우회' 결정을 전격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대통령께서 순천시민의 의견을 잘 듣고 오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일제히 "노관규 시장의 뚝심과 추진력이 이뤄낸 쾌거"라고 환영했다.
노 시장의 포기할 줄 모르는 '고군분투'와 순천시민의 염원이 대통령실을 움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노 시장은 독일 출장 중 자신의 SNS를 통해 "젓가락 정치로 될 일도 안될까 봐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우려섞인 심정을 밝혔다.
노 시장은 "경전선과 정원박람회 잘 풀어가고 있으니 다음 선거 때문에 필요하면 젓가락만 올리십시오"라고 했다.
또 "내용도 모르고 여기저기서 숟가락까지 올리며 참견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에서 안되는 일이 국민의힘 정권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곤혹스러울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잘못된 일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순천지역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젓가락 정치'가 때아닌 화두가 되고 있다.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젓가락.숟가락 들고 달려든다'는 의미다.
옛말에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사돈이 땅을 사면 기분이 좋다'로.